민주주의의 위기와 인문학의 응전

The Crisis of Democracy and the Response of the Humanities

초록

이 논문은 오늘날 민주주의의 위기와 인문학의 관계를 논한 것이다. 민주주의의 위기는 포퓰리즘의 만연과 극우 정치세력의 발호라는 표면적 현상을 넘어, 기술중심주의와 기술-자본 권력이 결합하여 공론장, 진리 판단, 대학과 학문 제도를 재구조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글로컬한 복합 위기이다. 인문학은 그 교차점에서 민주주의의 상태를 가장 민감하게 반영하는 지표다. 인문학의 위기를 민주주의의 위기와 분리해 다룰 수 없다. 인문학은 기술 발전의 방향을 규범적으로 통제하고, 인간의 도덕적 자율성을 수호하는 기술 사회의 안전장치 역할을 부여받는다. 인문학은 기술적 ‘할 수 있음’과 윤리적 ‘해야 함’을 분별하며, 기술 독주에 대한 비판적 제동 장치로서 기능해야 한다. 그러나 인문학의 이러한 당위는 현실에서 포퓰리즘 현상의 만연과 인문학 자체의 위축이라는 큰 괴리에 처해있다. 이 괴리는 복합적이다. 경제적으로는 자본이 단기적 이윤을 주는 실용 기술에만 투자하고, 복잡한 성찰 대신 감정적 선호와 즉각적 해답을 요구하는 문화정치의 경향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특히 학령 인구 위기와 대학의 많은 문제가 인문학에 전가되어 왔다. 인문학 내부적으로도 학문분야의 지나친 분절화와 현실 개입력 부족, 그리고 실천의 부재가 문제를 심화시켜왔다. 인문학이 이 괴리를 극복하고 제 역할을 수행하려면 새로운 ‘총체적’ 역량과 단결이 필요하다. 인문학이 빅테크와 우익적 포퓰리즘이 만들어낸 민주주의의 위기에 맞서는 일은 스스로를 ‘지적투쟁의 최전선’으로 옮겨와야 가능하다. 이는 학문적 깊이를 유지하면서도 기술적 현실을 이해하고, 서로 협력하며 제도를 변화시키는 다각적 노력들에 의해서만 가능할 것이다.

키워드

민주주의의 위기인문학포스트트루스극우화포퓰리즘테크노-파시즘대학신자유주의체제The Crisis of Democracythe HumanitiesPost-truthFar-right RadicalizationPopulismTechno-fascismthe Neoliberal University System
제목
민주주의의 위기와 인문학의 응전
제목 (타언어)
The Crisis of Democracy and the Response of the Humanities
저자
천정환
발행일
2026-02
유형
Y
저널명
인문과학
100
페이지
155 ~ 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