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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본고는 기술 매개적 환경이 민주적 숙의의 토대가 되는 언어의 공적 기능을 어떻게 정동 중심의 신호 체계로 재편하고, 그 과정에서 알고리즘적 소외를 심화하는지를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데 목적이 있다. 특히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사태를 인식론적 기점으로 삼아, 디지털 네트워크 환경에서 사실에 대한 최소한의 합의 토대가 기술적으로 휘발될 때 한국 민주주의가 직면하는 위기를 고찰한다. 본고는 이러한 위기가 허위 정보의 증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측정·예측·최적화의 체계로 환원하는 알고리즘적 세계관에서 비롯된다고 진단한다. 이에 기술 권력에 포섭되지 않는 한국문학의 민주주의적 상상력의 지평을 모색하기 위해 ‘AI 포에틱스’라는 개념적 틀을 제안한다. AI 포에틱스는 기술적·미학적·윤리적 층위에서 인공지능적 사고 양식을 비판적으로 내면화하고 교란하는 문학적 대항—서사적 실천을 가리킨다. 이러한 이론적 논의를 바탕으로 장강명의 소설집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을 분석한다. 표제작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에서는 증강현실 기기를 통해 공통 지시의 기반이 붕괴되는 과정을 검토하고, 「알래스카의 아이히만」에서는 정동의 데이터화가 민주주의적 정당화 절차를 단축하고 책임의 귀속을 불분명하게 만드는 양상을 고찰한다. 이상의 논의를 통하여 본 본고는 한국문학의 민주주의적 상상력의 과제가 파괴된 공통 세계를 새로운 언어로 재발명하는 실천에 있음을 강조한다. 그리하여 문학은 알고리즘적 언어의 즉시성과 통합성에 맞서 불확정성을 숙의의 자원으로 재배치함으로써, 근거를 따져 묻고 반박을 포용하고 합의를 수정할 수 있는 민주주의적 말하기의 역량을 회복하는 실험장이 된다.
키워드
- 제목
- 한국문학의 민주주의적 상상력과 공통 세계의 재편 연구: AI 포에틱스를 중심으로
- 제목 (타언어)
- A Study on the Democratic Imagination in Korean Literature and the Reconfiguration of the Common World - Focusing on AI Poetics
- 저자
- 허준행
- 발행일
- 2026-02
- 유형
- Y
- 저널명
- 상허학보
- 권
- 76
- 페이지
- 157 ~ 1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