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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오디오북 연구는 시각 중심의 독서 관습을 재검토하고 청각적 독서 양식의 맥락을 살피는 작업이다. 식민지 시기 조선에 유입된 소리 매체는 전근대적 구술 문화를 근대적 기술로 엮어냈다. 일제의 검열과 통치 기제로 전개된 탓에 온전한 문학적 향유로 나아가지는 못했다. 해방과 전쟁을 겪는 동안 오디오북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재활의 통로로 쓰였다. 고도성장기에는 문학의 자리에 입신양명과 생존의논리가 들어섰고, 오디오북은 어학 교재 중심의 학습 도구로 자리를 잡았다. 1980년대와 1990년대 중반 카세트테이프와 마이카 시대의 도래는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는 듯 보였다. 출판계는 미국 시장의 성공 모델을 기계적으로대입하여 성인용 문학 오디오북을 내놓았다. 미국의 고속도로 위주 환경과 달리, 도심의 극심한 교통 체증은 장시간의 청취를 방해했다. 실시간 교통 정보를 제공하는 라디오의 존재도 강력한 장벽으로 앞을 막아섰다. 불법 복제의 일상화와 저작권 보호 시스템의 부재는 결국 시장을 붕괴시켰다. 시장 확장을 노리고 문학텍스트를 입시용 요약본으로 축약한 상품 기획은 오디오북을 깊이 없는 교재로고정해 독자층의 외면을 불렀다. 온라인 통신망의 발전조차 불법 공유의 온상으로 뒤바뀌어 합법적 유통 시장은 자취를 감췄다. 스마트폰과 구독 경제의 확산에 이어 인공지능(AI) 음성 기술의 고도화로 시장은 다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생성형 AI는 딥러닝 기술을 바탕으로 제작비용을 낮추고 정보 접근성을 높였다. 하지만 동시에 인간 낭독자의 목소리 데이터 학습을 둘러싼 권리 분쟁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고민해야 한다. 오디오북의 미래는 기술 발전의 속도에 의존하기보다 청각을 매개로 한 독서 경험을 어떻게 다시 짤 것인가에 달려 있다. 공익적, 예술적 체험을 지향하는 인간의 고유한 목소리가 함께 물길을 트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과거의 시행착오를 되짚어 현재의알고리즘 기반 디지털 환경에 걸맞은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를 세우는 일이 시급하다.
키워드
- 제목
- 한국 오디오북 역사의 반복된 실패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 제목 (타언어)
- What to Learn from the Repeated Failures of South Korean Audiobook History?
- 저자
- 임태훈
- 발행일
- 2026-03
- 유형
- Y
- 저널명
- 국제어문
- 호
- 108
- 페이지
- 367 ~ 393